직장을 그만두고 수영을 배우는 것이 일상인 주호는 좀처럼 늘지 않는 수영탓에 강사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이고 급기야 강사는 욕을 하며 소리치기도 한다.
흥분한 강사에게 주호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당신은 주호처럼 무거운 짐을 끄는 행인이나 넘어진 어린아이를 향해 망설이지 않고 달려갈 수 있나. 지팡이를 두드리는 시각 장애인이나 폐지가 가득찬 수레를 끄는 어르신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으러 다가갈 수 있나. 왜 나는 낯선 이를 걱정하고 돕고 싶은 마음을. 어떠한 악의나 의도 따위 품지 않은 내 마음을 숨기고 누르면 살아왔을까. 만약 그것이 어려 갈래로 찢겨버린 현실들의 방정식에서 살출된 보잘것없는 결과라면, 당장 우리에게는 하나의 현실에 집중하고 반응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물이 흔들이고 물이 휜다. 딱 그만큼 몸이 흔들리고 몸이 휜다."(98쪽) - 서평 중에서
식상한 일상을 식상하지 않게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자극적인 제목과 그것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사는 주호화 희주의 일상에서 나를 돌이킨다.
어제는 언제나 기도하는 이를 만났다.
내가 조무래기 시절부터 여러 해 알고 지냈던 사람이었다.
나도 잘 아는 프로젝트와 어떤 사업이 잘 되지 아니 했는데, 새벽기도를 좀 더 나갔어야 했다고.
단편의 쾌락이 얼마나 많은 데 삶인데, 그들은 길고 느린 활자를 선택하고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일까.
심심해서. 어떤 책이 있는 지 궁금해서. 답답한 인생의 길잡이가 필요해서. 활자중독자라서. 그저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소비하기 위해서.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서점에 간다.
서점에 간다라는 말이 이젠 낭만처럼 들리기도 한다.
16살때 처음으로 동네 서점에 갔다. (문방구가 아니라 서점이다)
묵직한 책이 내 손에 들려져 있을 때 그곳의 모든 지식이 내 머리속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하는 허망한 생각도 했었다.
첫 월급을 탓을 때 남들은 부모님 내복을 사다준다지만, 불효를 밥먹듯이 하는 나는 교보문고에 가서 책과 음반을 100만원치 샀다. 나의 첫 사치인 셈이다.
그렇게 서점에 가고 책을 사고 음악을 듣는 것으로 청춘의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도 그것은 유효하다.
인생 사는 법을 전혀 모르는 내가 아직 잘 살아내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아마도 서점에서 서성거린 많은 시간과 그 만큼 읽어낸 글에서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서점이야 말로 천국이다. 언제나 열려 있어 온갖 영혼의 책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책을 위한 책의 공간이다. 도서관보다 더 열려 있는 책의 숲, 지식과 지혜의 자유 공간이다. 서점에는 없는 것이 없다. 동서고금의 현인들이 이야기 해준다.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고 대답해주는 책들이 있다. 거장들의 예술을 만날 수 있다. 돈 벌고 쓰는 방법도 있다. 온갖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런 생각은 안 된다는 법이 없다. 도그마가 없다. 우상도 없다. 자유로운 사유의 공간이다.
김언호의 책과 서점 사랑은 나와 같은 범인과는 다르다.
책을 좋아한다고 우리는 출판사를 차리거나 외국의 유명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서성거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를 뒤를 따라 다니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고, 나도 저기 한 번 가볼까 하는 호기심도 일으킨다.
아름다운 도서관과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한 도시의 문화적 품격은 거리마다 문을 여는 서점들의 존재이다. 서점이란 도시의 어둠을 밝히는 한밤의 별빛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