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젊은 작가.
늙은 작가는 내지 못하는 작품집.
'젊다'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등단하지 않았거나 신인 작가이거나 할 것이다.
매년 문학동네에서 출간하는 수상집인데, 신선한 단편소설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나는 동네서점(놀랍지.. 서점이 있다니)에서 구매를 한 탓에 책 디자인이 조금 다르다.
공현진의 '어짜피 세상은 멸망할텐데' 라는 소설에서 나는 멈칫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수영을 배우는 것이 일상인 주호는 좀처럼 늘지 않는 수영탓에 강사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이고 급기야 강사는 욕을 하며 소리치기도 한다.
흥분한 강사에게 주호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당신은 주호처럼 무거운 짐을 끄는 행인이나 넘어진 어린아이를 향해 망설이지 않고 달려갈 수 있나.
지팡이를 두드리는 시각 장애인이나 폐지가 가득찬 수레를 끄는 어르신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으러 다가갈 수 있나.
왜 나는 낯선 이를 걱정하고 돕고 싶은 마음을. 어떠한 악의나 의도 따위 품지 않은 내 마음을 숨기고 누르면 살아왔을까.
만약 그것이 어려 갈래로 찢겨버린 현실들의 방정식에서 살출된 보잘것없는 결과라면, 당장 우리에게는 하나의 현실에 집중하고 반응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물이 흔들이고 물이 휜다. 딱 그만큼 몸이 흔들리고 몸이 휜다."(98쪽) - 서평 중에서
식상한 일상을 식상하지 않게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자극적인 제목과 그것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사는 주호화 희주의 일상에서 나를 돌이킨다.
어제는 언제나 기도하는 이를 만났다.
내가 조무래기 시절부터 여러 해 알고 지냈던 사람이었다.
나도 잘 아는 프로젝트와 어떤 사업이 잘 되지 아니 했는데, 새벽기도를 좀 더 나갔어야 했다고.
만약 기도를 좀더 간절하게 했다면 그 사업이 잘되어서 사업이 번창했을꺼라고.
순간 실망이 밀려왔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기도를 하고 사는 사람. 그런 사람이 더 이상 좋아 보이지 않았다.
기도는 타인을 위한 기도여야 한다.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0년 제정된 이래 해를 거듭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젊은작가상이 어느덧 15회를 맞았다. 저만의 문제의식과 치열한 언어로 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데뷔 십 년 이하 작가들의 눈
www.aladin.co.kr
사족.
우리나라 학교의 국어 수업에서 지문을 보여주고는 작가가 이글에서 '의도'(??) 하는 바를 알아내야하는 바보같은 짓을 그만두고 단편 소설 전체를 읽고 스스로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그런 수업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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