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책/소설|2024. 7. 16. 10:24

젊은 작가.

늙은 작가는 내지 못하는 작품집.

'젊다'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등단하지 않았거나 신인 작가이거나 할 것이다.

매년 문학동네에서 출간하는 수상집인데, 신선한 단편소설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나는 동네서점(놀랍지.. 서점이 있다니)에서 구매를 한 탓에 책 디자인이 조금 다르다.

공현진의 '어짜피 세상은 멸망할텐데' 라는 소설에서 나는 멈칫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수영을 배우는 것이 일상인 주호는 좀처럼 늘지 않는 수영탓에 강사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이고 급기야 강사는 욕을 하며 소리치기도 한다. 

흥분한 강사에게 주호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당신은 주호처럼 무거운 짐을 끄는 행인이나 넘어진 어린아이를 향해 망설이지 않고 달려갈 수 있나.
지팡이를 두드리는 시각 장애인이나 폐지가 가득찬 수레를 끄는 어르신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으러 다가갈 수 있나.
왜 나는 낯선 이를 걱정하고 돕고 싶은 마음을. 어떠한 악의나 의도 따위 품지 않은 내 마음을 숨기고 누르면 살아왔을까.
만약 그것이 어려 갈래로 찢겨버린 현실들의 방정식에서 살출된 보잘것없는 결과라면, 당장 우리에게는 하나의 현실에 집중하고 반응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물이 흔들이고 물이 휜다. 딱 그만큼 몸이 흔들리고 몸이 휜다."(98쪽) - 서평 중에서

 

 

식상한 일상을 식상하지 않게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자극적인 제목과 그것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사는 주호화 희주의 일상에서 나를 돌이킨다.

 

 

 

어제는 언제나 기도하는 이를 만났다.

내가 조무래기 시절부터 여러 해 알고 지냈던 사람이었다. 

나도 잘 아는 프로젝트와 어떤 사업이 잘 되지 아니 했는데, 새벽기도를 좀 더 나갔어야 했다고.

만약 기도를 좀더 간절하게 했다면 그 사업이 잘되어서 사업이 번창했을꺼라고. 

순간 실망이 밀려왔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기도를 하고 사는 사람. 그런 사람이 더 이상 좋아 보이지 않았다.

기도는 타인을 위한 기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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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0년 제정된 이래 해를 거듭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젊은작가상이 어느덧 15회를 맞았다. 저만의 문제의식과 치열한 언어로 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데뷔 십 년 이하 작가들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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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우리나라 학교의 국어 수업에서 지문을 보여주고는 작가가 이글에서 '의도'(??) 하는 바를 알아내야하는 바보같은 짓을 그만두고 단편 소설 전체를 읽고 스스로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그런 수업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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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심채경

책/에세이|2021. 4. 5. 21:00

나로써는 제목부터가 꽤나 흥미를 끄는 책이다.

(나는 책 제목이 화려할수록 선뜻 집어 들지 않는다. 그런 직감은 대부분 맞다.)

제목과 달리, 심채경이라는 사람은 정말 천문학자이고, 천문학자가 말해주는 별이야기자, 자신의 이야기이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심채경

도서관에 부탁하여 받아 본 날로 부터 볕이 좋은 봄날에 틈틈이 읽어나가는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글이다.

실제 천문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인 그녀가 해주는 천문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전문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글을 술술 잘 읽힌다.

그녀는 글쓰기의 속도를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이 아닌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저자가 동경하면서 궁금한 사람들이란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있다. 도대체 저것이 돈이 되는 것일까 싶은 일에 목숨을 거는 사람. 인생의 전부인 사람을 안다.

저자 또한 그 사람 중 한명인 듯 보였다.

일견 쓸데 없어 보이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무척이나 소중하고 귀한 시대이다.

분명 그런 태도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주변에 있다.

난 어떤 사람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aladin.kr/p/2yHcN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창백한 푸른 점 속 천문학자가 일상을 살아가며, 우주를 사랑하는 법.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주목한 심채경의 첫 에세이로, 천문학자의 눈으로 일상과 세상, 그리고 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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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채경의 강의

youtu.be/iqmfvk5sj6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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