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듣기
클래식. 옛날의 의식(儀式)이나 법식(法式),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일컫는 말이다.
나에게는 고리타분하다와 동의어였다.
어느날 교보문고에 책을 사러갔다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이끌려 지하로 내려갔던 적이 있다.
교보문고 지하에는 음반을 판매하는 곳이 있었는데, 고풍스러운 탄노이 오디오를 가져도 놓고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었다.
좋은 음질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쭈뼛거리며 앞으로 다가가 듣고 있으니 오디오 장비 뒤에 있던 남자가 듣고 싶은 음반이 있으면 틀어주겠다고 하였다.
난 아는게 '바흐' 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가 오디오로 들려준 것은 'Stuttgart Chamber Orchestra'가 연주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이었다.
그 번잡한 교보문고 지하에서 그 남자와 나는 서서 '바흐작품번호 988 Aria'를 들었다.
방금 들은 앨범에 대해 남자에게 물었다.
남자의 얼굴은 '메탈리카' 였지만, 그의 입에서는 '보통은 글렌굴드의 피아노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겠지만, 자신은 이 실내악 연주 앨범이 좋아서 자주 듣는다 하였다.'
무슨말인지 모르겠더라.
그럼에도 그 남자가 다시 보였다. (역시 외모를 누군가를 평가하면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들고 온 앨범이 그것이었고, 그렇게 나는 클래식을 처음 듣기 시작했다.
요란스러운 광고와 오늘 저희 사귄지 100일이예요 따위의 사연을 듣지 않아도 되는 '클래식 FM'은 참으로 좋았다.
비록 공부를 하면서 듣지는 않았지만, 궁금하면 선곡표를 찾아보고 다른 것도 들어보기로 하였다.
스마트폰의 스포티파이 알고리즘은 '아이유'의 신곡보다는 '비킹구르올라프손'과 '조성진'의 새 앨범을 추천리스트로 알려주게 되었다.
나도 고리타분한 사람이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클래식을 듣는 아침을 좋아한다. 잘 모른다고 겁낼 필요는 없다. 모든 것에서 전문가 타령을 하는 세상이지만, 꼭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
필요한 만큼 구하고, 원하는 만큼 얻으면 된다.
https://youtu.be/QGd81cE5yLU?si=FfTh-_AwY190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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