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기간에는 회사 일과 공부하는 것 등으로 학기 중 보다 오히려 바쁘게 지내는 편이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시간표와 관련된 문자를 받게 되면, 다음 학기의 강의자료를 한 번 펼쳐보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강의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계획없이 사는 내가 계획서를 써야 한다.
물론 예전에 작성한 것들을 대부분 그대로 인용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 되는 것과 수업해보니 굳이 안해도 될 것 같은 것은 과감하게 뺀다. 물론 그 공백에는 새로운 내용으로 채워 넣는다.
첫 주에 무엇을 할까. 어떻게 말할까. 그것이 가장 고민이 된다. 첫 주가 어렵다.
강의 첫 날에는 대부분의 수업이 그렇듯이, 앞으로의 수업 내용과 교재, 평가 방법 등이 주로 안내가 된다.
나의 경우에는 허락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허락되는 것 중에서 하나는 '수업 중에 스마트폰 사용' 이다.
내가 수업 중에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는 이유는 볼펜 한 자루와 필기용 노트 한 권으로 강의를 듣고하던 나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저 컨텐츠 소비와 시도때도 없는 커뮤니케이션 기계 정도로 치부될 지 몰라도,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그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기용 스마트패드를 이용한다거나, 급하게 자료 검색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제약을 전혀 두지 않는다. (물론 전화를 받거나, 수업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 도구를 나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설문조사나 강의평가를 한다던지, 퀴즈를 내어주기도 하고 적극적인 학생에게는 커피를 보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거의 절반 가까이는 당당하게 스마트폰을 올려두고 열심히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거나 심지어 영상 콘텐츠를 감상하는 일도 생긴다.
그러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스마트폰이 당신 인생에 가져다 주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 해준다.
1. 남의 컨텐츠를 아무리 많이 보아도 나의 지혜와 혜안 그리고 조예가 절대로. 깊어지지 않는다. (제대로 된 남의 컨텐츠는 아직까지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2. 대화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상대방 눈을 보지 않는 카카오톡과 SNS DM이 정말 대화일까 의문이다.)
3. 텍스트가 가지는 힘보다는 사람의 목소리가 가지는 힘이 100배는 더 크다. (당신의 진심을 텍스트로 전달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4. 영상으로 길들여진 머리는 글을 읽지 못하게 하고, 독해력과 사고력을 점점 떨어뜨린다.
5. 컴퓨터의 세상이라 하더라도, 그 어떤 인간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
6. 때론 불편한 것이 정성이 되기도 한다. 컨텐츠를 친구와 공유하는 것보다 그를 초대하고,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을 차려내고, 손편지를 써서 전해주는 것이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여러분의 세상은 아마 점점 좁아질 것이다.
스마트폰이 가져다 준 온라인 세상과 타인의 콘텐츠가 학생들에게서 뺏아 가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그 것이 장점이 없지 않겠지만,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는데 정말 도움이 되는 지 의문이다.
세상을 확장하고 넓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동감하기 어렵다.
나의 세상은 백 명 정도의 사람이면 족하지 수 만명의 사람이 필요치 않다.
꼰대.
나는 꼰대가 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꼰대'라는 소리를 피하려 책임까지 회피하는 입 꾹 다무는 어른이 되기는 싫다.
차라리 말해주는 꼰대가 되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그리고 듣는 당신이 해야 하는 것은 정말 맞는 말일까 하는 의심과 가려서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