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수다에 해당하는 글 25

2024년 나름대로 결산

스몰토크/수다|2024. 12. 27. 10:07

일. 

 - H병원 EMR 신규 구축.

 - K병원 EMR 고도화 사업은 어렵게 진행되고, 잘 되지도 않았다.

 


강의.

의료정보기술

 - 다른 해보다 준비도 많이하고 열심히 강의 한 듯.

보건의료데이터관리

 - 학생들이 뭔지 모르겠다고..

 

자격증.

 - CPPG (최고의 난이도였다는 41회 획득자)

 - ISMS-P 인증심사원 (50점으로 낙방)

 - 경영정보시각화활용능력 필기 (신설된 자격증인데, 역시나 최고의 난이도 회차에 응시하는 사람)

 - 시큐어리스트 1급 (공짜라길래 일단 응시)

 - 의료정보관리인증심사원 (자격 갱신)

 

책쓰기.

 - 건강정보보호 (마감을 펑크낸 모 교수의 대타로 참여) 

 - 보건의료데이터관리 (나름 열심히 쓰고, 내가 가르치는 과목이기도 해서 정리도 잘해서 원고 넘긴듯, 출간은 2025년 1월)

 

 

올해의 영화.

Perfect Days / 빔 벤더스 (내내 기억에 남을 영화. 여러번 보았다.)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kEw&pkid=68&os=31518030&qvt=0&query=%EC%98%81%ED%99%94%20%ED%8D%BC%ED%8E%99%ED%8A%B8%20%EB%8D%B0%EC%9D%B4%EC%A6%88

 

영화 퍼펙트 데이즈 : 네이버 검색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네이버 검색 결과입니다.

search.naver.com

 

 

올해의 책.

창조적 시선 / 김정운

작년에 나온 책이지만 어쩌다 보니 올해 구매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독일의 바우하우스에 대한 이야기와 김정운 교수의 창조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두께도 두껍고, 책 가격도 무척 비싸지만 그가 들인 공에 비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801642

 

창조적 시선 | 김정운 - 교보문고

창조적 시선 | 창조의 비밀을 밝혀낸 베스트셀러 『에디톨로지』 이후 10년 연구 완결판! ‘창조성creativity’의 구성사構成史에 관한 탁월한 통찰! 메타언어 창출을 위한 새로운 글쓰기 실험으로

product.kyobobook.co.kr

 

 

올해 간 곳.

울산 간절곳

인천 송도

경기 고양

충남 천안

서울 서대문, 마포 등 

 

 

올해의 까페.

칸칸 에스프레소 / 서울 종로구

(폭우가 오는 날 우연히 찾아 들어간 까페)

 

 

올해의 구매.

맥북프로 14 M3 Pro (애증의 맥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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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ve got mail.

스몰토크/수다|2024. 11. 10. 12:14

가을이니 편지를 써야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는데, 편지글에 애용하던 펜이 어디있는 지 찾을 수가 없다.

집에는 늘 편지지와 편지 봉투가 있어서, 편지를 참으로 많이 쓰는 사람이었다. 

보낸 편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편지도 많았는데, 어쩌지 못한 편지는 어쩌지 못한 마음과 같았다.

'당신에게'라고 쓰고는 펜 끝을 한참이나 노려보며, 주저하던 때도 생각이 난다.

마음을 그대로 글로 쓴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언젠가 전해두었던 편지를 그자리에서 읽어봐도 되느냐는 물음에 그럼요라고 한적이 있다.

조용히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눈동자의 움직임과 알듯 모를듯 한 그 미소를 보는 것 만으로도 편지를 전해주는 즐거움의 전부가 아닌가 한다.

'넌 참 나이가 들어도 여전하구나.'

요즘 누군가에게 편지를 전해주면 이런 소리를 듣는다.

편지는 분실하거나 찢어버리면 언제든 소멸할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기억에 남는다.

말이 서툰 나는 글이 편했다.

새겨둔 마음을 탁본해 글로 꾹꾹 눌러써 봉투안에 넣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소심한 탓이다.

봉투에는 You've got mail 이라고 작게 써놓고는 편지를 받아들 사람의 표정을 상상했다

편지란 어쩌면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던 이기심을 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내버린 편지의 판단은 이제 받는 자의 몫인 셈이다. 

가을엔 편지를 쓰면 종이에 가을냄새와 바람과 햇살이 그대로 묻어서 상대에게 전해지길 고대한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손편지를 누구에게 보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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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스몰토크/수다|2024. 10. 11. 10:27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수상된 그녀의 소식으로 뉴스는 떠들썩 하다.

평소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사람에게는 한국에서 노벨상? 이라는 반응일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받을만 하지.' 하며 그녀의 책을 다시 꺼내 읽어 볼것이다.

 

한국은 노벨문학상을 탄 작가의 소설을 유해도서로 지정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제 유명해졌으니, 부디 그녀의 글이 많이 읽히길 바란다.

 

 

한강의 글을 읽을 때 마다  다른 작가들보다 압도적으로 글을 쓴다라는 생각을 늘 했었다. 그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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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와 품위

스몰토크/수다|2024. 8. 29. 11:01

그래. 

분명 요즘에 잘 쓰이지 않는 단어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단어다.

 

조예는 큐레이션으로 대체되었고 품위는 정의조차 모호하다.

조예는 관심과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경험을 축적할 여유가 없고, 관심이 없으면 의미가 사라진다. 

 

아이들에게 조예를 기르라고 말해준다.

문해력 상실의 시대라 '조예'라는 뜻을 모르는 아이가 다수다.

가볍게 즐기면 그만이지 그렇게 까지 알아야 해요?

라고 한다면 할 말 없다.

하지만 조예를 기른다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풍요로운 삶의 전제 조건 중 하나는 타인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어야 한다.

전문성은 이미 AI가 있으니 다양성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사람이지, 컴퓨터의 프로그램이나 실행 프로세스가 아니다.)

불행한 인생을 가진 사람은 자신보다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주변에 꼭 그런 사람있다.)

자신의 삶을 성숙시키고 가지고 있는 지식을 지혜와 경험으로 치환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예의와 겸손으로 감싸고 자신의 태도로 만들 수 있으면 품위가 된다.

 

삶의 풍요로움은 잡다한 것을 이것 저것 많이 해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험이라는 얄팍한 속임에 시간만 허비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어른들은 이것 저것 많이 해보라고 말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란 것이 생각처럼 많지도 않을 뿐더러, 실패를 용인해주는 환경이라는 것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야 가능한 것이다. 

해보는 것이라도 의미있게 해야 하고 비록 실패한 것이라도 무언가를 얻어야 하며 어제보다 좀 더 깊은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한다. 

언제나 나에게 시간은 유한하며 내가 얻는 경험과 지식이 정말 나에게 유익한가를 순간마다 고민해야 한다. 

경험은 다만 세월의 축적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너무 무겁게 생각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쉬 가벼워서도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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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스몰토크/수다|2024. 7. 23. 09:54

 

'뒷것' 김민기씨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용필보다 김민기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그가 우리 문화사에 어떤 인물인지 가늠할 것이다.

대학로 소극장 '학전'이 없어지기 전에 가봤어야 했나 하는 미련한 생각도 든다.

물론 나는 '아침이슬'과 '상록수'의 세대는 아니다.

서슬퍼런 유신시대에 대학을 다니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위해 저항하거나 단결하지도 않았다.

그가 만들어낸 노래와 그가 길러낸 문화적 산물을 좋아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의 죽음은 끊어져 버린 사슬을 보는 것처럼 종일 먹먹하게 한다.

말없이 티내지 않고 타인을 위해 살아냈던 그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내내 그리울 것이다.

 

 

 

 

https://programs.sbs.co.kr/culture/hakjeon/vod/82155/22000526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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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지는 일

스몰토크/수다|2024. 5. 27. 11:32

환경을 바꾸고, 하는 일을 바꾸고, 심지어 먹는 것도 바꾸었다.

모으는 것을 좋아하던 내가 어쩌다 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진작에 그랬어야 헸다. 

미련을 추억으로 치환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감정은 지나가고 결과는 남는다는 어떤이가 말이 떠올라 남는 결과가 무엇이 있을까 싶어 '자격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남았고 감정도 남았다.

인생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떤 아이가 교수님도 스포티파이 들으시나 봐요.

늙은이는 그런것도 없이 사는 줄 아나보다. 

저장된 음악 리스트를 공유하자고 말했더니 좋다고 했다. 

아이가 전해준 음악은 오디오로 틀어두고 배경이 된다.

더 이상 한국어로 된 노래를 듣지 않는다. 

가사에 감정이 동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미처 삭제하지 못한 어떤이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괜찮아졌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사실 더 이상 기억나는 것도 없다.

결과도 남지 않았고, 감정도 희미해졌다. 

그대로 다행인 것이다. 

 

어떤 날에.

내가 하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고 주변에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가에 대해 질문도 해보는 시간이었는데 한정된 시간과 언제든 고갈될 자원을 생각하면 내 삶이 아까워졌다.

내가 아름다운 시절을 살았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아름다운 날들을 보내고 있어야겠지 싶었다.

소모되고 번잡한 곳에서 나와 단정한 책상에 앉았다.

 

괜찮아지는 날이 내게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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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듣기

스몰토크/수다|2024. 3. 19. 11:50

클래식. 옛날의 의식(儀式)이나 법식(法式),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일컫는 말이다. 

나에게는 고리타분하다와 동의어였다. 

어느날 교보문고에 책을 사러갔다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이끌려 지하로 내려갔던 적이 있다.

교보문고 지하에는 음반을 판매하는 곳이 있었는데, 고풍스러운 탄노이 오디오를 가져도 놓고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었다.

좋은 음질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쭈뼛거리며 앞으로 다가가 듣고 있으니 오디오 장비 뒤에 있던 남자가 듣고 싶은 음반이 있으면 틀어주겠다고 하였다.

난 아는게 '바흐' 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가 오디오로 들려준 것은 'Stuttgart Chamber Orchestra'가 연주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이었다. 

그 번잡한 교보문고 지하에서 그 남자와 나는 서서  '바흐작품번호 988 Aria'를 들었다.

방금 들은 앨범에 대해 남자에게 물었다.

남자의 얼굴은 '메탈리카' 였지만, 그의 입에서는 '보통은 글렌굴드의 피아노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겠지만, 자신은 이 실내악 연주 앨범이 좋아서 자주 듣는다 하였다.' 

무슨말인지 모르겠더라.

그럼에도 그 남자가 다시 보였다. (역시 외모를 누군가를 평가하면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들고 온 앨범이 그것이었고, 그렇게 나는 클래식을 처음 듣기 시작했다. 

요란스러운 광고와 오늘 저희 사귄지 100일이예요 따위의 사연을 듣지 않아도 되는 '클래식 FM'은 참으로 좋았다. 

비록 공부를 하면서 듣지는 않았지만, 궁금하면 선곡표를 찾아보고 다른 것도 들어보기로 하였다. 

스마트폰의 스포티파이 알고리즘은 '아이유'의 신곡보다는 '비킹구르올라프손'과 '조성진'의 새 앨범을 추천리스트로 알려주게 되었다.

 

나도 고리타분한 사람이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클래식을 듣는 아침을 좋아한다. 잘 모른다고 겁낼 필요는 없다. 모든 것에서 전문가 타령을 하는 세상이지만, 꼭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

필요한 만큼 구하고, 원하는 만큼 얻으면 된다.

 

 

https://youtu.be/QGd81cE5yLU?si=FfTh-_AwY190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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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랑하는 사람

스몰토크/수다|2024. 1. 3. 15:30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앞에 놓인 비빔밥을 비벼주었더라던, 어떤 작가의 글을 읽고는 한참이나 멍해졌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방보다 먼저 손을 뻗어 그 사람을 챙겨주는 것은 사랑하는 연인사이든 어린 자식이든 더 사랑하는 사람만이 무의식으로 할 수 있는 태도이다.

그 사람의 진심은 태도가 말을 한다. (눈빛도 태도안에 포함된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그 앞에 놓인 국을 덜어주고 생선 가시를 발라주던 때가 떠올랐다.

내가 더 사랑한 이는 나를 덜 사랑한 이유로 떠나갔고,

더 사랑한 이는 어떤 이유로든 덜 사랑한 사람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것이 싫어서 덜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덜 사랑하는 사람은 더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번뇌가 적다.  하지만 그의 세상은 점점 좁아진다.

 

새해에는 비록 엄혹한 시간이 온다 하더라도, 좁아 지지 않는 세상에서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에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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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는 안정에서 생긴다던데.

스몰토크/수다|2023. 11. 20. 10:12

사십이 훌쩍 넘고 오십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이 나이 쯤이면 안정된 삶을 살고 있을 줄 알았다.

물론 저마다 안정의 기준이란 게 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아침에 차를 마시고 오전과 오후에 사람에게 얽매이지 않으며, 저녁에 근심없이 잠자리에 드는 것 정도였다.

 

조직에서 팀장 자리를 10년정도 한적이 있는데, 개인과 조직 사이에서 방황하기만 했다.

잘 모르는 사람은 내가 능숙하게 그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잘한다고들 말했지만, 나는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그렇지 않은 '인간들'은 멀리 하려고 노력했지만, 모여서 일하는 조직에서 그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세상에 대한 분노만 커졌다.

정의롭지는 않았지만, 부조리에 눈 감기는 힘들었고, 

똑똑하지는 않았지만, 공부를 게을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팀장을 그만두고 책과 글을 읽었다. 

나는 실용주의자이니 선비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읽다 보면 얻는 게 있겠지 싶었다.

20년 가까이 컴퓨터 앞에서 굽어버린 허리를 조금 펴고 걸어 보기로 했다. 

매일 한 시간 정도 걸으며 어제 보다는 나은 인간이 될 궁리를 했지만, 무얼 해야 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사람에게도 무언가를 물어오는 사람은 참 많다.

직장 생활이 힘들다는 이도 있고, 하고 있는 프로젝트 진행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이도 있고, 나같은 사람에게 무얼 배우려고 가르쳐 달라는 사람도 있다. 

가끔 만나 차를 마시는 S는 선생님하고 있으면 '고즈넉한 사찰에 온 기분이예요.' 라고 했다.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다.

'도미닉 밀러'의 기타 연주를 들으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책을 읽었다.

내게 안정과 분노가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모순적이기도 하다.

도는 안정에서 생긴다고 했다.

내가 '도'를 얻어 무엇하겠냐마는 뭐든 안정을 찾을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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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스몰토크/수다|2023. 10. 16. 10:29

가끔 부산에 간다.

업무 목적보다는 호텔에서 쉬다가 커피 마시고 바다 구경하는 정도의 목적으로 들르는 곳.

휴양도시인지 관광도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산은 나에게 휴식의 도시이다.

 

 

 

마천루가 쭉쭉 뻗은 곳을 보며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있고, 동백섬을 달리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나도 걷기를 하는데, 익숙한 길과 건물임에도 여전히 이 도시에서는 이방인이다.

여름이 지나간 해운대는 한적하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이 호젓한 바다 풍경이 된다.

예전엔 바닷길을 따라 한없이 걷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많이 걷지를 못하는데, 이제는 다시 돌아올 길을 가늠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부산의 어느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종이신문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 했던 누군가가 생각났다.

나도 따라해보고 싶었는데, 요즘엔 신문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부산은 늘 마음 한 켠에 두고 오는 도시이다.

다시 온다고 해서 아는 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추억이 듬뿍 묻어 있는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대구 사투리와 조금 다른 부산 억양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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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외삼촌

스몰토크/수다|2023. 7. 17. 10:49

몇 일 동안 비가 내리고, 누군가가 물에 빠져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그렇게 거대한 흙탕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느 해 여름 비가 억수처럼 내리 던 날이었는데, 엄마는 흙탕물로 가득한 동네 초입에 철퍼덕 앉아 꺼이꺼이 울기만 하였다. 
" 아이고 어쩌누… 내 동생 어쩌누.. 당신이 어떻게든 좀 해봐요. 저기 우리 종환이. 종환이가 저기 있잖아.. 얼른 당신이 들어가봐. " 
분주한 동네 사람들과 물반, 눈물반으로 흠뻑 젖어 있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여즉까지 생생하다.
물이 조금씩 빠지고 나서 둘째 외삼촌은 시체로 발견이 되었는데, 아끼던 둘째 동생을 물귀신으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내 어머니는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
비가 그렇게나 많이 오는데 무슨 이유로 엄마는 '종환이' 삼촌에게  동네 밖 심부름을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불어난 도랑에 빠져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종환이' 삼촌은 영화 '가을의 전설' 에 나오는 둘째 '트리스탄'처럼 강인한 사람이었다.
세 명의 외삼촌 중에서 가장 나를 예뻐하고 그 까칠하고 거친 수염으로 내 얼굴을 비비며 '내새끼' 그러면서 많이도 안아주었다.
잊고 지내다가 이렇게 비가 하염없이 오는 날이면 기어이 생각 나고야 만다.
한동안 둘째 외삼촌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어느날 내가 질색하던 수염으로 얼굴을 비비며 안아줄까 하며 나타날 것 같았다.
 
그때의 종환이 삼촌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진 지금. 당신과 똑닮은 수염으로 내 조카 얼굴을 박박 문지르며 나 또한 무한 애정을 퍼붓고 '내새끼'가 원하는 건 뭐라도 해줄 것 같은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때 당신의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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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기.23.03.22.

스몰토크/수다|2023. 3. 22. 14:27

집이 아닌 작업 공간이 필요한 나에게 사는 곳 주변에 까페가 많다는 사실은 다행이다.

다만, 괜찮은 품질의 커피를 내어주는 까페를 찾기란 어렵고, 조용한 까페를 찾기란 더 어렵다.

이 두 가지 모두에 해당 되는 까페라면 주인이 돈에 관심이 없거나, 건물주이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망할 확률이 높거나 이다.

어찌하여 좋은 까페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노트북과 마우스를 올려 놓을 만한 적당한 크기의 테이블(원목이면 좋다. 철제나 돌이면 곤란하다)과 허리가 아프지 않을 만한 의자를 제공하느냐도 문제이다.

부수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음악소리가 크지 않고 거슬리지 않아야 한다. (하루종일 최신가요가 나오는 곳이라면 곤란하다) 

이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을 한 곳 아는데, 문제는 집 가까이 있지가 않다는 것이고, 차를 몰고 가더라도 주차할 곳이 없어서 자주 가보지는 못한다. 

그래서 적당한 선의 까페를 찾아 앉아서 소음을 견디기도, 아픈 허리를 부여잡기도, 맛없는 커피를 들이키기도 한다.

좋은 까페의 조건을 잘 알고 있으니 내가 하면 좋을테지만 난 돈이 없으니 하고 만다.

부디 돈 많은 분들은 좋은 까페를 많이 만들어 주기 바란다. 

 

 

 

 

 

사족.

나같은 사람이 많은 걸 보면 까페는 요식업이 아니라 단기 부동산업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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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通度)

스몰토크/수다|2023. 3. 15. 10:40

매년 2월 말이나 3월 초 쯤이면 들르는 곳이 있다.

언제부터 인지는 기억이 좀처럼 나진 않지만, 홍매화가 필 무렵이면 통도사의 초입을 걷는 것이 좋았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커다란 초록이 내뿜는 서늘한 공기와 넓지만 한적한 절의 입구를 걸으면서 마음을 가지런하게 한다.

 

 

바뀌기만 하는 세상에 여전히 그대로인 것을 찾아 다니는 것이 나의 고리타분함이다. 

작은 매화나무가 그 자리에서 여전히 꽃을 피워내며, 생을 보여주며 살아내는 것을 본다.

죽은 듯이 있다가 보란 듯이 피는구나. 

그럼에도 벚꽃처럼 소란스럽지 않아서 좋다.

 

걷다보니 목이 말라 차가운 오미자를 마셨다.

조금의 번민을 그곳에다 내려 놓고 온다.

 

 

나에게는 3월이 그 해의 시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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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예찬

스몰토크/수다|2023. 3. 7. 11:46

그 언젠가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라고 했었지만, 라디오는 여전히 살아 있고 아니. 건재하다.

나는 티비를 거의 보지 않지만, 라디오는 자주 듣는다. 

'배철수의 음악 캠프'라는 프로는 15살때 부터 여전히 듣고 있으며, 클래식을 듣기 위해서 최근 몇 년동안은 KBS 클래식 라디오를 듣고 있다.  

'김미숙' 배우가 진행하는 KBS 클래식라디오의  '김미숙의 가정음악' 이라는 프로에서 자주 하는 말인데 '당신의 일상에 배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보다 라디오라는 매체를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말이 있을까?

나의 취향에 맞게 음악을 선곡해주는 알고리즘의 혜택이 있는 요즘이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그래서 생소하기만 했던 '클래식' 을 듣게 된 것도 순전히 라디오 덕분이었다.

회사에서 원하는 일을 해주고, 경쟁과 시기로 나를 파괴해 나간다는 느낌이 들 때 쯤 나는 그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오전의 9시에 회의와 결재 대신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가 배경으로 흐르고, 차를 마시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다.

영상과 시각의 시대에 오로지 '청각'으로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은 라디오는 가져다 준다.

 

 

사족. 

김미숙 배우의 차분한 목소리는 이번주 금요일(3월10일) 까지만 들을 수 있다.

그녀가 없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라디오는 계속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겠지.

 

 

김미숙의 가정음악 | 디지털 KBS 

 

김미숙의 가정음악

음악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늘 새로운 환희와 설렘을 가져다주는 더없이 아름다운 예술입니다. 그 예술은 우리로 하여금 낡디 낡은 추...

progr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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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작가

스몰토크/수다|2023. 2. 22. 10:15

취업을 하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읽고 싶은 책과 음반을 마음대로 살 수 있어서였다.

도시에서 돈은 불편함을 줄여주고 마음의 빈곤을 덜하게 해준다.

그렇지만, 돈이 나의 빈약함을 채워주지는 않았다.

퇴근을 하면 곧장 교보문고로 달려가 서성거렸다.

책도 구경하고 책을 읽고 있는 사람도 구경했다.

베스트셀러 코너와 팔아야 할 책이 가득한 매대에 있는 책은 싫었다.

나는 책의 가로면보다는 세워진 책의 세로면이 더 좋은 사람이다.

누군가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책장에 오롯이 꽂혀 있어야 하는 수많은 책들로 다가갔다가 '변종모' 라는 이상하고도 특이한 이름을 가진 작가의 책을 골랐다.

책을 꺼내 들어 표지를 봤다.

불안하고도 커다란 눈을 가진 까무잡잡한 피부의 아이가 큰 눈망울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난 그 아이의 얼굴에 홀리듯 책의 내용도 읽어보지 아니하고 끌어안고 서점을 나섰다. 

 

그 아이는 분명 여전히 커다란 눈망울로 가족을 책임지며 사는 평범한 어른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십오년도 훨씬 지난 지금의 그는 여전히 종종 책을 쓰고 나는 그의 책을 여전히 사전처럼 들고 다닌다.

방황하는 내가 느껴지면, 그의 글을 꺼내 읽으며 도통 모르겠는 인생을 찾아보았다.

물론 그의 책에 정답이 적혀 있지 않겠지만, 적어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시간을 지낸 남자의 글을 읽으며 위안을 얻는다.

길에서 자주 서성이던 그는 작은 고양이를 키우며 예전보다 한가한 글을 쓴다.

나 또한 경쟁과는 거리를 둔 한 발 물러선 인생을 살고 있다.

가끔 그와 통화를 하며, 책은 또 언제 쓰냐며 득달을 한다.

고단한 글쓰기가 아니었으면 한다.

그의 반대편에서 언제나 응원을 보낸다.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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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씁니다.------------ 자주 떠났다가 떠나지 않았던 것처럼 돌아옵니다. 그런 이야기들. 2022 신작 " 당분간 나는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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