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도를 사랑한다 - 강석경

책/에세이|2023. 2. 16. 09:29

'난다' 에서 2014년에 출판된 동명의 에세이가 수정,보완되어서 나왔다.

그 사이 경주 황리단길과 유명한 서점 어서어서 까지 조금은 바뀌어 버린 경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추가된 것 같다.

경주는 전국에서 녹지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란다. 아마도 시내에 떡하나 왕릉이 있고 개발제한과 각종 문화재가 즐비한 탓이겠다.  

경주를 모르거나, 한번도 가보지 않을까 싶은 도시 중 하나임은 틀림없지만, 우리는 경주를 모른다.

 

책은 강석경 작가의 경주 여행가이다.

경주에서 태어난 이는 아니지만, 경주를 고향처럼 드나들며 애정을 듬뿍 담아 글로 전달해 준다.

오죽하면 책 제목이 '이 고도를 사랑한다' 일까.

작가의 사랑을 받은 곳은 

용정사지, 게림로, 괘릉, 동궁과 월지, 황룡사지, 대릉원, 월성, 산림환경연구소, 남산동, 무열왕릉, 교동, 인왕동, 황오동 골목, 노서동 고분공원, 진평왕릉, 식혜골, 오릉, 북천 등이다.

 

책 중간 중간에 경주를 그린 유화가 너무 예뻐서 책을 꼭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계림을 지나 궁터에 들어서자 거대한 황도 같은 보름달이 솔숲 위로 솟아 있었다
어릴 때 크레용으로 칠하던 진노랑색이었다. 진지왕의 혼이 도화녀를 찾아가 야합한 것도 저런 보름달이 아니었을까.
황도 같은 보름달에 잉태된 비형랑이 월성 날아 넘어가는 환영을 본 듯 했다.
효성왕 3년 여우가 월성궁 안에서 울다가 개에게 물려 죽은 날도 이런 보름달이 아니었을까.

 

 

자극적이고 광고글 가득한 SNS 여행 사진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녀를 따라 천천히 경주를 걸어보자.

더 나아가, 남의 눈으로 여긴 꼭 가봐야해가 아닌, 남의 미각으로 여기 맛집이야 라는 관광과 여행보다는 경주라는 도시를 천천히 느끼며 공부하고 직접 눈으로 보며 자신만의 도시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사족.

말랑한 맛집 소개해주는 그저 그런 여행에세이는 아니니 그런 것을 기대하시는 분은 다른 책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출판사, 난다

저자, 강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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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차를 마시는 이유

스몰토크/수다|2023. 2. 16. 09:27

입대 일자를 일주일 남겨 둔 어느날, 나는 아직은 싸늘한 초봄의 낯선 마을에 버스를 타고 아무때나 서는대로 내렸다.

그저 풍경이 예쁘고 조금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스물 한살 때였다.

길가에는 초라하지만, 정겹게 쓴 글씨로 '다천산방'이라고 적혀있는 곳을 따라 걸어들어 갔는데, 이름 처럼 커다란 나무와 주변이 산으로 둘러져 있는 작은 찻집 이었다.

까까머리를 하고 조심스럽게 계세요 라고 운을 떼니 인상 좋으신 아주머니가 나와서 나를 맞이햇고, 차를 알리 없는 촌놈에게 오늘은 오룡차가 좋겠다며 나에게 권했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 정을 붙이고 틈만 나면 들러서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좋기만 한 차를 여즉 마시고 있다.

주중에 오랜만에 찻집에 들어서니 여전한 미소로 나를 맞아 주는 찻집 주인이 있다.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는 어느 듯 머리가 허옇게 되었지만, 새삼 나를 반기지도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않는다.

찻물을 올리면서 대뜸 내 나이를 묻는다.

"제 나이도 모르셨어요?",  "그냥 갑자기 궁금하네"

내 나이를 듣고는 놀라면서 "나만 나이를 먹는줄 알았더니 자네도 나이가 드는 구나." 라고 하신다.

 

홍석씨 청춘이 내 청춘이었던 같애.
금새 지나가버렸지만, 싫지도 아쉽지도 않은 그럼에도 좋았던 날들이어서. 
여전히 들러줘서 고맙고 예쁘게 나이들어서 다행이야.


여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몇 달만에도 없어지는 공간이 당연한 요즘에 까까머리 군인이 중년이 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공간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워졌다.

고단한 군 생활 틈에 간만의 휴가 때에도, 취업과 학점 걱정을 하던 학부 시절에도, 수줍게 연애하며 데리고 왔었던 그 어떤 인연과 대화를 나눌 때에도, 이렇게 나이가 점점 들어가며 계절을 눈여겨 볼 때에도 여전히 나는 이곳을 찾아 차를 마셨다.

 

고마워요. 여전히 차를 내어주셔서.
부디 오래오래 사라지지 말고 
오늘은 무슨 차 내어 줄까 그렇게 물어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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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내고 싶다.

스몰토크/수다|2023. 2. 15. 16:54

믿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는 백가흠의 말처럼, 난 당신을 믿고 있었다. 사랑이라고 말 하였다.
드러나는 현실이 아니라 감추어진 미래라 하더라도 그 사랑을, 그 눈빛을, 그 연민을 다 믿고 싶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가고 누군가가 나에게 사랑을 믿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냥 웃어버렸다.
바보 같은 질문 이어서가 아니라 이 나이의 나 조차도 아직까지 선명하게 모르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 나는 서로에게 고단한 사랑이었다.
지나고 보면 당신은 어른이었고, 나만 아이였다.
가까이서 보면 나는 슬펐고,

멀리서 보면 당신은 외로웠다.
사랑과 당신을 동일하게 본 것이 문제였다.

 

사랑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떤 이가 나에게 만나고 있는 사람이 참으로 좋다고 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살아 내고 싶다고 했다.
같이 살고 싶다가 아니라, 살아 내고 싶다니.
한동안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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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병원 개인정보보호 내부관리계획 및 지침,매뉴얼 작성 방법 (1)

병원의 전산실이나 정보보호팀 혹은 의무기록팀에 근무하면 의료기관 인증이나 ISMS 등을 대비해서 내부관리계획 및 각종 보안지침서를 작성해야 한다.

실무 못지 않게 문서 작성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근무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은 타병원에서 작성한 문서를 친분(?)을 이용해서 얻어 쓰거나, 심한 경우는 병원 이름만 바꿔서 지침서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물론 그렇게 해도 지침이나 규정으로 정한 내용대로 보안 운용을 잘한다면 모르겠지만, 병원의 종류나 특징이 다르듯,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내부 사정이나 보안 운용 상황은 병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참고는 하되 실제로 우리병원에서 지침을 지키고 활용할 수 있을 지 확인해야 한다. 지침에 있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도 하지 않은 채로 보안 운용을 하다가 정작 보안점검이나 의료기관 인증 시에 지침이나 운용계획과 다르다거나,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하면 난감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형병원이야 보안팀이나 정보보호팀이 따로 있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중소병원이나 전산팀에서 정보보호팀을 겸하는 곳에서는 보안정책과 법을 공부하고 이를 관리계획이나 지침, 매뉴얼 등으로 작성하기는 쉬운 것이 아니다.

나 또한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에서 다년간 근무를 하였지만, 보안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교육이나 공부를 하면서 보안 운영 정책을 세우고, 지침과 매뉴얼도 만들었다.

(이도 저도 안되면 인터넷진흥원 사이트에서 자료를 다운 받아 조금의 수정만 거쳐서 사용하기도 하였다.)

 

중소 의료기관에서 참조할 만한 정보보호 관련 지침 및 매뉴얼 문서 작성 방법을 하나 씩 올려두려고 한다.

문서를 통째로 올려 놓을수는 없고, 조금의 팁이나 방법만 하나 씩 올려 놓도록 하겠다.

물론 내가 작성한 방법이 정답도 아니니 참조 용도로만 사용하면 좋겠다.

 

<연재 계획>

1. 개인정보보호 내부관리계획 수립 및 계획 안

2. 보안부서 운용 관리계획 

3. 각종 보안 지침서 작성 (접근권한, 외주용역 보안교육, 보안감사, 보안시스템, 물리적 보안 등)

4. 직원교육 (재직자, 신규 등)

5. 의료기관 인증 (12.4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규정) 관련

6. 의료기관 정보보호 자율점검 서비스, 교육이수 , 세미나

7. 서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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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예찬

스몰토크/수다|2023. 2. 15. 12:46

9시다. 

라디오를 켠다.

저 비싼 오디오로 고작 라디오를 듣냐며 타박하던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

영국산 좋은 오디오로 클래식 라디오를 듣는 것 만큼 소박한 사치가 또 어디있을까?

커피 내릴 물을 끓이면서 '김미숙'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듣는다.

 

클래식 라디오를 들은지는 5년쯤 된다.

우연히 교보문고 수입 음반 코너에서 산 'Stuttgart Chamber Orchestra' 의 바흐의 'Goldberg Variations' 연주 앨범을 청소하다가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돈벌고 먹고 살기에 바쁜 직장인이 바흐라니 하면서 오디오에 CD를 넣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잘 모른다고 피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그것이 미술이나 음악이라면 말이다.

찾아듣는 것도 귀찮아 하다가 그래 라디오 있었지.

수신료의 가치를 되찾아야지. 내돈 2500원. 

KBS 라디오 클래식 FM은 시끄러운 광고가 없다.

평소 듣기 힘든 클래식 음악을 공짜로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지 모른다.

게다가 연예인과 시끄러운 패널이 나와서 시시한 잡담을 나누지도 않는다.

또박또박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귀에 잘 들어오고, 클래식 전문가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조예는 덤으로 얻을 수도 있다.

 

창을 열고 오전의 커피를 마시며 클래식 라디오를 듣는 것은 내가 발굴한 사소한 즐거움이지만 큰 행복이기도 하다.

뉴진스도 좋겠지만, 바흐나 비킹구르 올라프손과 조성진을 듣는 것은 어떨까?

Stuttgart Chamber Orchestra -Goldberg Variations

 

 

https://youtu.be/QGd81cE5y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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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EMR 인증 - 가이드라인 및 안내서

1. EMR 인증 자가점검 증빙자료 작성 가이드라인 파일 다운로드 (2022년8월)

자가점검 증빙자료 작성 안내서.pdf
0.66MB

 

2. 의료기관 외부보관 EMR 인증심사 안내서 다운로드 (2022년 3월)

의료기관 외부보관 EMR 인증심사 안내서(20220324).pdf
1.66MB

 

 

 

자료 출처 : 한국보건의료정보원 EMR 인증 포털 (https://emrcert.mohw.go.kr/)

 

EMR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인증

EMR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인증

emrcert.mohw.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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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EMR 인증 - 제품 및 사용인증 신청 서식 파일

제품 및 사용인증 신청 서식 파일입니다.

2022년 8월25일 최신 파일이며 EMR 인증 제품인증과 사용인증은 준비서류가 다릅니다. 

잘 확인하셔서 신청하세요.

 

자료 출처 : 한국보건의료정보원 EMR 인증 포털 (https://emrcert.mohw.go.kr/)

 

 

1.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갱신) 신청서 (의료기관용).hwp
0.08MB
5. (선택)인증기준 면제 신청서.hwp
0.05MB
4.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hwp
0.04MB
2.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사용인증 신청서.hwp
0.04MB
3. 전자의무기록시스템 명세서.hwp
0.05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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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한 달력 선물

스몰토크/수다|2023. 2. 15. 09:44
매년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달력을 선물한다.
7-8부 정도가 되는데, 달력은 물론 내가 만들거나 하지는 않고 대구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분이 만든 것을 사서 온다.
달력이라는 것이 언젠가부터 그다지 필요가 없어져서, 아무래도 젊은 사람에게는 선물하지 않는다.

 

앞으로 많은 날이 남은 사람보다, 앞으로의 날이 더 소중한 사람에게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알량한 마음으로 1년을 선물하는 것이다.

 

 
 
2022년은 '화양연화'라는 단어를 적었다.
주로 결혼을 하는 분에게 글을 써서 줄 때 즐겨 쓰는 표현인데,

 

올해는 당신과 나에게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 되길 원해서 미천한 글씨로 적어봤다.
 
12장의 달력은 금방 넘어갈 것이다.
그 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가는 꽤나 공을 들여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을 테고, 우리도 우리의 작품같은 하루와 한달과 일년을 공들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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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사랑한 사람

스몰토크/수다|2023. 2. 13. 09:55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야 해야 해요?

거짓말 마요.

그냥 덜 사랑한 거예요.

조금만 사랑한 거라서 헤어질 궁리를 찾은 것 뿐이예요."

 

후배는 취한 술잔을 내려놓으며 단호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여자는 언제나 똑똑한 법이니까 그 말이 맞겠지.

새삼 헤어진 몇 해 전의 그 날을 복기해 보았다.

만남은 갑자기 찾아오지만, 이별은 서서히 찾아오는 법이다.

천천히 이별을 감지해 갈 때 쯤, 그러니까 결혼이라는 어떤 시점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의 의견이 다르거나, 주변인들의 또 다른 의견들이 난무하기 시작할 때 쯤 상대는 지쳐갔다.

서로의 틈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할 때 그 틈을 핑계로 서로를 놓아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언제나 마지막은 서툴렀다.

하긴 만남도 서툴긴 매 한가지다.

모든 지나간 사랑은 후회와 번민이다.

덜 사랑했거나, 조금만 사랑한 것. 

정말 그런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사랑이라면 서로의 "틈" 같은 것은 생각지 않았겠지.

 

"그럼요. 내가 말하고 싶은 말이 그거예요."

"그래도 날 사랑한 거라고 믿고 싶어."

"사람들은 왜 바보 같은 반복을 하는 것일까요?"

"세상의 모든 사랑은 다 다른 법이니까. 모든 사랑은 다 처음이니까 그런게 아닐까?"

 

그나저나. 덜 사랑한 것의 경계는 어느 정도인 것 인걸까?

후배에게 물어보려다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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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글쓰기 - 정희진

책/에세이|2023. 2. 8. 11:18

우리는 보이는 않는 차별 속에서 살고 있다. 

아니, 보인다.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그 차별을 묵인하고 살아 갈 뿐이다.

차를 타고 지나다가 보니 '다문화 가족 지원 센터' 라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차별이 만들어 낸 괴이한 단어. 

 

'베트남 신부'는 다문화, '미국 신랑'은 글로벌 인가?
이런 차이는 인종주의, 남성 중심주의, 국가간 위계를 복합적으로 드러낸다.
'다문화가족'은 다양성이 차별로 전락한 전형적인 사례다. 

/ 정희진,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中

 

서울시에서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주지 않는다며, 얼마 전 장애인연합회에서 시위를 하고 지하철이 지연되고 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비 장애인인 나는 길을 나서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저들에게는 결심이 서야 하는 일이며 어쩌면 목숨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 주변에는 그렇게 많다고 하는 장애인 한 명이 눈에 띠지 않고, 내가 매일 방문하는 까페에도 보이질 않는구나 싶었다.

 

길이 막힌 사람에게 길은 비유가 될 수 없다.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하면 길에 나서는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된다.

길과 집이 메타포가 되어서는 곤란한다.
길이 안전하지 않으면 집도 안전하지 않다.
가정 폭력은 '험한 세상'에 나갈 수 없다는 두려움을 볼모로 작동한다.

/ 정희진,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中

 

장손이라는 표면적 사실 아래에서 자란 나는 그것이 가져다 주는 여성의 희생과 부조리를 말하기 위해 무던히 아버지와 싸웠던 기억이 있다. 

그는 제사장이라는 권력을 휘두르며, 먹지도 않는 음식을 바치라며 집안의 모든 여성들을 괴롭혔다. 

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집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보고싶다는 말 대신 암묵적 약속의 날에 모여들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식구와 혈연들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 죽고 없는 자의 제삿날이라는 것을. 

엄마가 사라지고, 여동생이 결혼을 해 독립을 하고, 숙모가 늙고 아파지니 절대로 없어질 것 같지 않았던 제사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없어졌다. (정작 본인이 음식 차릴 엄두는 나지 않는 듯 하다.) 

 

'가부장 없는 가부장제 사회'
남성이 성역할을 못함으로써 여성이 이중 노등을 하고, 그러면서도 남성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감정 노동까지 해야 하는 '식민지 남성성 사회 '다.

한국 남성은 외세 혹은 국가 내부의 자신과 다른 진영에 관심이 있지, '여성 문제'는 언제나 사소하게 생각한다.

/ 정희진,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中

 

'정희진의 글쓰기' 라는 책은 꼭 읽어야지 하며, 내내 미루며 읽지 못한 책 이었다.

세상을 똑바로 읽어 낸다는 것은 용기를 내고, 치부를 봐야 한다는 일종의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최재천 교수의 공부하기는 독서라면, 정희진의 공부하기는 사유하며 글쓰기이다.

5권의 책이 가져다주는 활자의 양은 부담스럽겠지만, 글을 금방 읽힐 것이며 사유는 길어 질 것이 분명하다.

 

 

 

 

출판사, 교양인

저자, 정희진

총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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