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면서 알게 되는 것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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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꽃들이어서 굳이 꽃을 보지 않는다.

꽃들이 잔뜩 피어난 길을 지나다 보면 도서관이 있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다

찬란한 꽃 같은 시절의 혈기 왕성한 호르몬들이 음습하고 책 냄새나는 곳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할리는 없을 것이다.

여튼 나같이 선비같은 사람들은 공짜로 얼마든 좋아하는 책을 볼 수 있고, 또 요즘은 주문해두면 책도 가져다 둔다.

이 모든 것은 수업료를 낸 학생들이 누려할 권리인데, 대신 내가 누린다.

도서 대출증에 볼펜으로 책 제목을 적어가며 책을 빌리던 세대였는데, 요즘 학교 도서관은 당연히 모바일 출입증으로 바코드를 찍고 입장하며 도서 대출이 가능하다.

학교를 떠나니 책이 좋아지는 것 처럼, 아는 것이 많아 지니 읽는 것이 즐거워 진다. 

수업 시간 종종 책을 권하기도 하고 실제로 빌려서 보여주기도 하지만, 관심은 없다.

나도 그랬으니까. 꽃 같은 시절에는

너희 선생보다 책이 더 좋은 선생일텐데 아쉽기만 하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중간평가 라는 것을 받게 된다.

교수가 학생들을 시험을 통해서 평가하는 것이라면, 교수도 학생들로부터 일종의 평가의 받는 것이다.

평가는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로 부터 받는데, 학생들이 중간평가를 하지 않으면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평가항목은 객관적 평가항목과 서술형식의 주관적 평가항목으로 나뉘는데 익명이라고 하지만 서술형으로 써놓은 글의 태도만 보아도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나는 겸임교수라 평가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진 않겠지만, 전임교원이나 강의만 하시는 강사님들은 그렇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찌되었든 서로가 평가하는 시대이다.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평가를 좋아하는 나라니까.

내가 낸 시험지를 받아들고 낮은 한숨과 시험지 넣어가는 소리, 남은 시간을 보는 시선들을 아직 기억한다.

그들은 한 평생 누군가의 시험에 들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얼마전 답답한 가슴으로 시험장에 들어가 검증시험 같은 걸 본적이 있는데, 시험은 언제나 싫은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시험 문제를 내고 평가를 할 만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나에게 부여한 자격을 충실하게 수행하고자 한다.

나도 학생들도 누군가의 시험에 좌절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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