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면서 알게 되는 것들 - 4
스몰토크/가르치면서 알게 되는 것들2021. 12. 27. 10:15
이번 학기도 어김없이 마지막 강의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정리하고자 하는 말을 입으로 내놓으니, 얼른 학교를 벗어나고자 하는 학생들은 책을 덮고, 각자의 가방을 싸기 바빴다.
'이제 나 못 볼 수도 있는데??
라고 말하니 모든 학생들이 잠시 동작을 멈춘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그만 웃고야 말았다.
자네들이 3학년이 되면 나는 3학년은 가르치 않으니 수업 때 보지 못할테다. 그러니 가끔이라도 학교에서 마주친다면 인사를 하고 지내자 하였다.
지금의 2학년들은 역병이 창궐하는 시절에 성년이 되어 학교를 왔고, 무심히도 2년이 지나버린, 어쩌면 운도 지지리 없었던 아이들이다.
그것이 내 잘못은 아니겠지만, 어른으로써의 미안함으로, 정성으로 모자람이 없이 가르치고 전하기 위해 애썼다.
그들에겐 내가 어떤 선생이었는지 모르겠으나, 가급적이면 지식도, 지혜도, 살아가는 방식도 알려주고자 하였다.
나는 그들이 바르게 살길 원한다.
조금 모자르고 서툴다 하더라도, 그 방법과 마음이, 태도가 바르길 원한다.
다른 아이들은 어쩌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그랬으면 한다.
내 수업시간 내내 졸기만 하던 학생도, 내 얼굴보다 스마트폰을 많이 보던 학생도, 취업과 진로 고민으로 용기있게 상담을 걸어오던 학생도, 좋아하는 초콜렛이라며 멋쩍게 건네 주던 학생도 모두에게 고맙다.
아직도 배워야 하는 나에게는 순간 순간 너희가 선생이었다.
사족이지만, 나는 그들에게 선생과 강사 그 어느 언저리 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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