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수다

통도(通度)

고홍석 2023. 3. 1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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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 말이나 3월 초 쯤이면 들르는 곳이 있다.

언제부터 인지는 기억이 좀처럼 나진 않지만, 홍매화가 필 무렵이면 통도사의 초입을 걷는 것이 좋았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커다란 초록이 내뿜는 서늘한 공기와 넓지만 한적한 절의 입구를 걸으면서 마음을 가지런하게 한다.

 

 

바뀌기만 하는 세상에 여전히 그대로인 것을 찾아 다니는 것이 나의 고리타분함이다. 

작은 매화나무가 그 자리에서 여전히 꽃을 피워내며, 생을 보여주며 살아내는 것을 본다.

죽은 듯이 있다가 보란 듯이 피는구나. 

그럼에도 벚꽃처럼 소란스럽지 않아서 좋다.

 

걷다보니 목이 말라 차가운 오미자를 마셨다.

조금의 번민을 그곳에다 내려 놓고 온다.

 

 

나에게는 3월이 그 해의 시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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