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수다

덜 사랑한 사람

고홍석 2023. 2. 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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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데 왜 헤어져야 해야 해요?

거짓말 마요.

그냥 덜 사랑한 거예요.

조금만 사랑한 거라서 헤어질 궁리를 찾은 것 뿐이예요."

 

후배는 취한 술잔을 내려놓으며 단호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여자는 언제나 똑똑한 법이니까 그 말이 맞겠지.

새삼 헤어진 몇 해 전의 그 날을 복기해 보았다.

만남은 갑자기 찾아오지만, 이별은 서서히 찾아오는 법이다.

천천히 이별을 감지해 갈 때 쯤, 그러니까 결혼이라는 어떤 시점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의 의견이 다르거나, 주변인들의 또 다른 의견들이 난무하기 시작할 때 쯤 상대는 지쳐갔다.

서로의 틈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할 때 그 틈을 핑계로 서로를 놓아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언제나 마지막은 서툴렀다.

하긴 만남도 서툴긴 매 한가지다.

모든 지나간 사랑은 후회와 번민이다.

덜 사랑했거나, 조금만 사랑한 것. 

정말 그런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사랑이라면 서로의 "틈" 같은 것은 생각지 않았겠지.

 

"그럼요. 내가 말하고 싶은 말이 그거예요."

"그래도 날 사랑한 거라고 믿고 싶어."

"사람들은 왜 바보 같은 반복을 하는 것일까요?"

"세상의 모든 사랑은 다 다른 법이니까. 모든 사랑은 다 처음이니까 그런게 아닐까?"

 

그나저나. 덜 사랑한 것의 경계는 어느 정도인 것 인걸까?

후배에게 물어보려다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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