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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글쓰기 - 정희진

고홍석 2023. 2. 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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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이는 않는 차별 속에서 살고 있다. 

아니, 보인다.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그 차별을 묵인하고 살아 갈 뿐이다.

차를 타고 지나다가 보니 '다문화 가족 지원 센터' 라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차별이 만들어 낸 괴이한 단어. 

 

'베트남 신부'는 다문화, '미국 신랑'은 글로벌 인가?
이런 차이는 인종주의, 남성 중심주의, 국가간 위계를 복합적으로 드러낸다.
'다문화가족'은 다양성이 차별로 전락한 전형적인 사례다. 

/ 정희진,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中

 

서울시에서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주지 않는다며, 얼마 전 장애인연합회에서 시위를 하고 지하철이 지연되고 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비 장애인인 나는 길을 나서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저들에게는 결심이 서야 하는 일이며 어쩌면 목숨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 주변에는 그렇게 많다고 하는 장애인 한 명이 눈에 띠지 않고, 내가 매일 방문하는 까페에도 보이질 않는구나 싶었다.

 

길이 막힌 사람에게 길은 비유가 될 수 없다.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하면 길에 나서는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된다.

길과 집이 메타포가 되어서는 곤란한다.
길이 안전하지 않으면 집도 안전하지 않다.
가정 폭력은 '험한 세상'에 나갈 수 없다는 두려움을 볼모로 작동한다.

/ 정희진,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中

 

장손이라는 표면적 사실 아래에서 자란 나는 그것이 가져다 주는 여성의 희생과 부조리를 말하기 위해 무던히 아버지와 싸웠던 기억이 있다. 

그는 제사장이라는 권력을 휘두르며, 먹지도 않는 음식을 바치라며 집안의 모든 여성들을 괴롭혔다. 

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집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보고싶다는 말 대신 암묵적 약속의 날에 모여들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식구와 혈연들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 죽고 없는 자의 제삿날이라는 것을. 

엄마가 사라지고, 여동생이 결혼을 해 독립을 하고, 숙모가 늙고 아파지니 절대로 없어질 것 같지 않았던 제사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없어졌다. (정작 본인이 음식 차릴 엄두는 나지 않는 듯 하다.) 

 

'가부장 없는 가부장제 사회'
남성이 성역할을 못함으로써 여성이 이중 노등을 하고, 그러면서도 남성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감정 노동까지 해야 하는 '식민지 남성성 사회 '다.

한국 남성은 외세 혹은 국가 내부의 자신과 다른 진영에 관심이 있지, '여성 문제'는 언제나 사소하게 생각한다.

/ 정희진,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中

 

'정희진의 글쓰기' 라는 책은 꼭 읽어야지 하며, 내내 미루며 읽지 못한 책 이었다.

세상을 똑바로 읽어 낸다는 것은 용기를 내고, 치부를 봐야 한다는 일종의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최재천 교수의 공부하기는 독서라면, 정희진의 공부하기는 사유하며 글쓰기이다.

5권의 책이 가져다주는 활자의 양은 부담스럽겠지만, 글을 금방 읽힐 것이며 사유는 길어 질 것이 분명하다.

 

 

 

 

출판사, 교양인

저자, 정희진

총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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