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수다

시간에 대하여

고홍석 2023. 1. 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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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 는 시간에 관한 영화다. 

쿠퍼(아마 주인공) 가 블랙홀 근처에 있는 행성으로 내려갔다가 고작 2시간 남짓의 물리적 시간을 보냈을 뿐이지만, 지구의 시간으로는 몇 십년이 속절없이 지나가버린다.

기지로 돌아온 후 같이 일한 동료는 늙어 버렸고, 다 커버린 자식이 보낸 영상을 보며 오열하는 장면은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중력으로 인한 시간의 상대성은 누구에게는 느리게 또 누구에게는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나에게도 시간은 느리고 혹은 빠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지구에 사는 이상 그 시간은 늘 똑같겠지만, 내가 느끼는 시간의 상대성은 언제나 다르다.

바쁘게 살았던 회사생활의 시간과  단순하게 살고 있는 지금의 그것은 그 속도가 다르다고 느껴진다.

영화에서는 공간과 중력의 왜곡으로 인한 시간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누군가가 그러더라. 사무실에서의 시간과 연인과 앉아 있는 까페에서의 시간은 다른 것이라고.

공간이 시간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고작 하루 차이로 경계가 정해지는 새해가 되면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2022년12월31일 이나 2023년1월1일이나  연속되는 시간일 뿐인데 사람들은 그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고 다짐을 하기도 한다. 

의미없는 다짐을 멀리 해온 나도 새해엔 뭔가 다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책을 더 많이 읽어야지. 선한 말들과 태도를 더 분명히 해야지. 좋은 사람이 되어야하지 하면서 말이다.

'다짐' 이 희미해지고 파편으로 사라질 지언정 그 하루의 경계에서 시간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된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말에는 '슬기로운 사람' 이라는 뜻이 가지고 있는데, 어리석은 인간이니  한 단어를 바꿨으면 좋겠다. Homo tempus (Tempus는 라틴어로 '시간'을 뜻한다)

인간은 시간의 동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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