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 김훈
"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
그의 대의는 '동양 평화'였고, 그가 확보한 물리력은 권총 한 자루였다.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탄창 한 개, 그리고 '강제로' 빌린(혹은 빼앗은)' 여비 백 루블이 전부였다.
그때 그는 서른한 살의 청춘이었다."
김훈의 새로운 소설 '하얼빈' 은 대한국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소설 같은 역사를 역사 같은 소설로 만들어 내었다.
임진왜란의 '칼의 노래', 병자호란의 '남한산성' 그리고 을사늑약으로 유린된 대한제국까지.
그는 왜 굴욕의 역사를 소설로 써 내는 것일까 싶지만, 아마도 그가 아니면 써내지 못할 이야기 일 것이다.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그의 몸은 대의와 가난을 합쳐서 적의 정면으로 향했던 것인데, 그의 대의는 후세의 필생이 힘주어 말하지 않더라도 그가 몸과 총과 입으로 이미 다 말했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서는 조선통감 이토를 하얼빈에서 죽이는 장면을 극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안중근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꾸며내지도 않는다.
소설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김훈 작가의 고통과 번민을 감히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담담하게 마치 그 옆에서 혹은 그 뒤에서 들뜨지 않고 단단하고 빠르게 써 내었을 뿐 이다.
내가 역사 선생이라면 반드시 읽히게 할 것이다.
문득 나의 서른 한 살을 생각하니 부끄러워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하얼빈 - 김훈 / 문학동네, 16,000원
추가.
KBS 다큐인사이드 '하얼빈에서 만나자' 영상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귀한 영상과 김세원 성우의 목소리로 잘 만들어진 방송입니다.
총의 言
'핵심은 그가 쏜 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말에 있는 것.그가 하고자 했던 말이 중요한 것' - 김훈
다큐 인사이트 - KBS
[하얼빈에서 만나자] 1909년 10월 21일, 안중근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행 열차에 올랐다. 바로 그다음 날, 이토 히로부미는 중국 다롄에서 하얼빈을 향해 출발했다. 하얼빈을 향한 두 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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