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세이

조용한 날들의 기록 - 김진영

고홍석 2025. 3. 5. 11:43

철학자 김진영의 일기글이다.

사실 두 번 읽은 책이다.

집에 두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려 다시 읽기로 한다.

첫 문장부터 나를 흔든 그의 글.

"눈이 내리면서 가르쳐주는 것. 고요히 사라지는 법. 모든 것들을 고요하게 만들면서."

 

그는 강의를 하면서 수다에 가까웠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나도 가끔 강의를 하러 간다.

나름 열심히 하고 나온 날에 돌이켜 보면 지식으로 포장된 수다에 가까운 강의.

정갈하지도 담백하지도 체계도 없다.

그들에게 미안하다.

 

그의 일기는 모아져 책이 되었지만, 나의 일기는 여기저기 흩어져 가루가 되어 기록될 뿐 모아지지 않는다.

부럽지만, 괜찮다.

그가 죽고 없는 날들에 몰래 '아침의 피아노'를 읽으면서 그의 글은 참으로 정갈하구나 싶었다.

고운 선을 가지고 있지만, 영원히 펴지지 않은 것 같은 단단한 수묵화의 '난' 을 보는 것 같았다.

 

책 표지에 이렇게 쓰여져 있다.

"몰락은 가깝고 구원은 멀다.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