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수다
You've got mail.
고홍석
2024. 11. 1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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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니 편지를 써야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는데, 편지글에 애용하던 펜이 어디있는 지 찾을 수가 없다.
집에는 늘 편지지와 편지 봉투가 있어서, 편지를 참으로 많이 쓰는 사람이었다.
보낸 편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편지도 많았는데, 어쩌지 못한 편지는 어쩌지 못한 마음과 같았다.
'당신에게'라고 쓰고는 펜 끝을 한참이나 노려보며, 주저하던 때도 생각이 난다.
마음을 그대로 글로 쓴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언젠가 전해두었던 편지를 그자리에서 읽어봐도 되느냐는 물음에 그럼요라고 한적이 있다.
조용히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눈동자의 움직임과 알듯 모를듯 한 그 미소를 보는 것 만으로도 편지를 전해주는 즐거움의 전부가 아닌가 한다.
'넌 참 나이가 들어도 여전하구나.'
요즘 누군가에게 편지를 전해주면 이런 소리를 듣는다.
편지는 분실하거나 찢어버리면 언제든 소멸할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기억에 남는다.
말이 서툰 나는 글이 편했다.
새겨둔 마음을 탁본해 글로 꾹꾹 눌러써 봉투안에 넣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소심한 탓이다.
봉투에는 You've got mail 이라고 작게 써놓고는 편지를 받아들 사람의 표정을 상상했다
편지란 어쩌면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던 이기심을 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내버린 편지의 판단은 이제 받는 자의 몫인 셈이다.
가을엔 편지를 쓰면 종이에 가을냄새와 바람과 햇살이 그대로 묻어서 상대에게 전해지길 고대한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손편지를 누구에게 보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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