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면서 알게 되는 것들 - 11
한 아이가 쉬는 시간에 열심히 숙제를 한다.
옆에 있는 다른 과친구에게 물어도 보지만 뭔가 찾기가 어려운 것인지 어두운 얼굴로 화면만 쳐다본다.
지나가다 스윽하고 봤는데 의료기관과 관련된 현황을 조사하고 관련 데이터에 대한 것을 서술하는 숙제인 듯 했다.
아이에게 좀 도와줄까 했더니 끄덕인다.
검색 포털을 열심히 한 흔적의 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쉬운 세상이구나. 작은 검색 창에 알고 싶은 무언가를 넣으면 찾아주는 세상.
컴퓨터를 전공하고 그것으로 밥먹고 살고 있지만, 한번도 컴퓨터를 신뢰하거나 좋아해 본적이 없는 나는 여전히 낯설다.
나의 학생때는 인터넷이 없었으니 당연히 무언가를 알고 싶으면 학교 도서관 부터 갔다.
눅눅하고 어둑한 책 틈 사이에서 쪽지에 적어놓은 청구기호와 저자 이름을 책과 비교하면서 찾아야 했다.
두꺼운 책에서 내가 찾는 정보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덕분에 쓸데 없는 자료도 보게 되고 의외의 정보도 알게 되는 기쁨도 누렸다.
아마도 '대구의 공공의료기관 현황' 에 대한 숙제를 낸 교수는 단번에 포털사이트에서 찾아내어 배껴 적기만 하는 것을 원치는 않았을 것이다.
초롱거리는 아이에게 나는 '공공데이터 포털'이나 '보건복지부' 의 정보공개 자료에 있을 것이니 그곳의 최신 자료를 확인하고 취합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말해주었지만 이해를 못한다.
빠른 시간에 답만 적어내면 그만인 우리 교육이 학생들을 이렇게 연습시킨 것이다.
직접 찾아내서 스프레드 시트로 만들어 보여주고는 이제 너가 해봐 했더니 그제야 내가 잡은 마우스를 낚아 채 간다.
노하우(Know-how)보다 노웨어(Know-where)가 중요해졌다고 하지만 깊은 사려 없이 쉽게 얻어진 지식이란게 무슨 소용일까 싶다.
내가 그 시절 도서관에서 바보같은 고생과 시간을 써가며 찾아낸 것들은 쉽게 잊혀 지지 않았다.
대신에 클릭 몇번으로 찾아낸 것들은 그저 소비하고 마는 활자에 불과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렇다고 예전이 좋아다거나 그것이 옳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쉽게 얻어진 것은 쉽게 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