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수다

괜찮아 지는 일

고홍석 2024. 5. 27. 11:32

환경을 바꾸고, 하는 일을 바꾸고, 심지어 먹는 것도 바꾸었다.

모으는 것을 좋아하던 내가 어쩌다 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진작에 그랬어야 헸다. 

미련을 추억으로 치환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감정은 지나가고 결과는 남는다는 어떤이가 말이 떠올라 남는 결과가 무엇이 있을까 싶어 '자격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남았고 감정도 남았다.

인생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떤 아이가 교수님도 스포티파이 들으시나 봐요.

늙은이는 그런것도 없이 사는 줄 아나보다. 

저장된 음악 리스트를 공유하자고 말했더니 좋다고 했다. 

아이가 전해준 음악은 오디오로 틀어두고 배경이 된다.

더 이상 한국어로 된 노래를 듣지 않는다. 

가사에 감정이 동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미처 삭제하지 못한 어떤이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괜찮아졌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사실 더 이상 기억나는 것도 없다.

결과도 남지 않았고, 감정도 희미해졌다. 

그대로 다행인 것이다. 

 

어떤 날에.

내가 하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고 주변에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가에 대해 질문도 해보는 시간이었는데 한정된 시간과 언제든 고갈될 자원을 생각하면 내 삶이 아까워졌다.

내가 아름다운 시절을 살았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아름다운 날들을 보내고 있어야겠지 싶었다.

소모되고 번잡한 곳에서 나와 단정한 책상에 앉았다.

 

괜찮아지는 날이 내게도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