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는 안정에서 생긴다던데.
사십이 훌쩍 넘고 오십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이 나이 쯤이면 안정된 삶을 살고 있을 줄 알았다.
물론 저마다 안정의 기준이란 게 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아침에 차를 마시고 오전과 오후에 사람에게 얽매이지 않으며, 저녁에 근심없이 잠자리에 드는 것 정도였다.
조직에서 팀장 자리를 10년정도 한적이 있는데, 개인과 조직 사이에서 방황하기만 했다.
잘 모르는 사람은 내가 능숙하게 그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잘한다고들 말했지만, 나는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그렇지 않은 '인간들'은 멀리 하려고 노력했지만, 모여서 일하는 조직에서 그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세상에 대한 분노만 커졌다.
정의롭지는 않았지만, 부조리에 눈 감기는 힘들었고,
똑똑하지는 않았지만, 공부를 게을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팀장을 그만두고 책과 글을 읽었다.
나는 실용주의자이니 선비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읽다 보면 얻는 게 있겠지 싶었다.
20년 가까이 컴퓨터 앞에서 굽어버린 허리를 조금 펴고 걸어 보기로 했다.
매일 한 시간 정도 걸으며 어제 보다는 나은 인간이 될 궁리를 했지만, 무얼 해야 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사람에게도 무언가를 물어오는 사람은 참 많다.
직장 생활이 힘들다는 이도 있고, 하고 있는 프로젝트 진행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이도 있고, 나같은 사람에게 무얼 배우려고 가르쳐 달라는 사람도 있다.
가끔 만나 차를 마시는 S는 선생님하고 있으면 '고즈넉한 사찰에 온 기분이예요.' 라고 했다.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다.
'도미닉 밀러'의 기타 연주를 들으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책을 읽었다.
내게 안정과 분노가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모순적이기도 하다.
도는 안정에서 생긴다고 했다.
내가 '도'를 얻어 무엇하겠냐마는 뭐든 안정을 찾을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