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가르치면서 알게 되는 것들

가르치면서 알게 되는 것들 - 1

고홍석 2021. 4. 21. 18:58

일주일에 한 번 지방의 작은 전문대에 출강을 나간다.

어느 날 어쩌다 보니 가르치는 일도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IMF 시절 영향으로 어렵게 취업이 된 시기에 학교를 나왔으며, 어쩌다가 병원에 들어가고 또 어쩌다가 컴퓨터로 밥을 벌어 먹고 살았다. 

운 좋게도 큰 무리없이 20년 가까이 실무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담았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은 2학년이다.

2학년이 사실 좋긴 하다.  1학년 처럼 막 스무살이 되어서 그냥 몸만 큰 아이도 아니고, 취업을 앞둔 불안하기 짝이 없거나, 취업하고 난 다음 설렁설렁 학교를 다니는 3학년이 아니니까 말이다.

물론 스물한살의 몸만 큰 아이는 스무살과 별반 다르지는 않다.

너희는 아직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제약 당하다가, 몇 일 더 살았다고 너희는 오늘부터 성인이니까 세상 모든 건 알아서 해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도 너희가 져야 한다며 매몰차게 사회에 던져진다.

예전처럼 고루한 선배들과 동아리 활동을 한다거나 학과사무실에 죽치고 앉아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며 대학을 나온 사람이면 모를까, 지금의 이들은 크고 작은 성추행 혹은 갑질이나 일삼는 본인보다 학교 더 다닌 사람이 있을 뿐, 필요한 조언이나 개고생을 벗어나게 해줄 길잡이나 선생은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가르치는 과목은 정부가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에 근거하여 규정과 원칙대로 가르친다.

어딘가에 써먹기 위한 기술이나, 소위 자격증 같은 것을 잘 따낼 수 있는 쪽집게 강사처럼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익히고 경험한 것들을 정말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가르쳐야 하는 것인지 선택하기는 어렵다.

강의를 수락하고 지금까지도 고민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이다.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모든 학생들을 만족시킬 수도 없고 그만한 자질도 나에겐 없다.

그저 적당한 비용으로 나의 실무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주길 바라는 학교와 정부가 있을 뿐 인지도 모르겠다. (취업까지 시켜주면 좋고..)

가르치는 일은 일종의 사회적 책무이다. (돈이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사회적 책무라는 것은 사실 문안하게 살아온 나에 비해 엄혹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젊고 예쁘고 불안한 그들에게 어른으로써 미안해서였다. 

내가 아는 조악한 지식일지라도 나누어 주고 싶었다. 그렇게 한다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덜 미안하기 때문이다.

나도 아직 제대로 된 어른이라고는 할 수 없겠으나, 더 살고 더 배웠으니 나눠주는 것은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난 선생일지라도 많은 것을 배워냈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인생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 밀란쿤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