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수다

둘째 외삼촌

고홍석 2023. 7. 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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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동안 비가 내리고, 누군가가 물에 빠져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그렇게 거대한 흙탕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느 해 여름 비가 억수처럼 내리 던 날이었는데, 엄마는 흙탕물로 가득한 동네 초입에 철퍼덕 앉아 꺼이꺼이 울기만 하였다. 
" 아이고 어쩌누… 내 동생 어쩌누.. 당신이 어떻게든 좀 해봐요. 저기 우리 종환이. 종환이가 저기 있잖아.. 얼른 당신이 들어가봐. " 
분주한 동네 사람들과 물반, 눈물반으로 흠뻑 젖어 있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여즉까지 생생하다.
물이 조금씩 빠지고 나서 둘째 외삼촌은 시체로 발견이 되었는데, 아끼던 둘째 동생을 물귀신으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내 어머니는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
비가 그렇게나 많이 오는데 무슨 이유로 엄마는 '종환이' 삼촌에게  동네 밖 심부름을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불어난 도랑에 빠져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종환이' 삼촌은 영화 '가을의 전설' 에 나오는 둘째 '트리스탄'처럼 강인한 사람이었다.
세 명의 외삼촌 중에서 가장 나를 예뻐하고 그 까칠하고 거친 수염으로 내 얼굴을 비비며 '내새끼' 그러면서 많이도 안아주었다.
잊고 지내다가 이렇게 비가 하염없이 오는 날이면 기어이 생각 나고야 만다.
한동안 둘째 외삼촌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어느날 내가 질색하던 수염으로 얼굴을 비비며 안아줄까 하며 나타날 것 같았다.
 
그때의 종환이 삼촌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진 지금. 당신과 똑닮은 수염으로 내 조카 얼굴을 박박 문지르며 나 또한 무한 애정을 퍼붓고 '내새끼'가 원하는 건 뭐라도 해줄 것 같은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때 당신의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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