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가르치면서 알게 되는 것들

가르치면서 알게 되는 것들 - 6

고홍석 2023. 6. 15. 18:28

젊음과 청춘이라는 말은 곧 나에게 두려움의 다른 말처럼 들렸다. 그.때.는

마음처럼 되지 않던 그 청춘의 시간은 나에겐 그저 어서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계절 같은 것이었다.

중년이 되고 보니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가를 알게 되었는데, 만개한 4월 교정의 꽃밭을 지나가는 그 어떤 청춘도 꽃을 보지 않더라.

더 이상 꽃이 아닌 나만 꽃을 보고 예쁘다며 감탄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꽃이어서 굳이 볼 필요는 없겠구나 했다.

내 청춘은 얼마나 좋았는가 싶다.

꽃밭의 꽃처럼 언제라도 젊고 예쁜 그들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이었지만, 불안하고 안정되지 않은 상태가 청춘이었던 것 같다.

 

맨 앞에 앉아서 졸거나 가끔 초롱한 눈빛으로 강의를 듣던 학생 둘에게 건너편 공대 구내 식당의 짜장면이 맛있으니 한번 가 보길 권했는데, 그 말을 기억한 것인지 다음 수업 때는 나에게 쪼르르 달려와서 "교수님 갔다 왔어요 거기. 공대 짜장면" 하며 웃는다.

꽃 같았던 청춘이었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불안해서도 아니고, 현재의 내가 만족스러워서도 아니다.

누구나 현재 보다는 지나고 나서야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청춘이다.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현재의 청춘이 고통이 있다 하더라도 부디 그 시간들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닳고 낡아빠진 어른들 틈으로 기어들어가지 말았으면 좋겠고. 어리석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나고 나서야 청춘은 아니었으면 좋겠다.